좋게 말해 아카데미, 나쁘게 말해 적폐
국영수 과목과 윤리와사상 구분하기
sbi 서울출판예비학교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나름 전통있는 출판 아카데미다. 당연히 그 오랜 세월이 있는 만큼 수많은 졸업생들이 출판사에 취업을 했고, 출판사에 신물이 나 중도하차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첫 취업을 한 19년도에도 꽤 많은 sbi 졸업생들이 이곳저곳 출판사에서 과장, 차장급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니 나름 그 취지를 잘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sbi 출신 출판사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은 무조건 대형출판사만 가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소규모 출판사에도 sbi 출신들이 여럿 있다. 처음엔 대형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의 연봉과 복지 차원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나 경력이 쌓일수록 이것은 개인 취향에 관련된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이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그런데 sbi 출신이라고 해도 대학 선후배처럼 끈끈한 것은 아니다. 물론 어려운 시험과정을 거쳐 sbi를 나온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가져도 되고, 일반적인 취업자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여름의 냉방도 제대로 안되는 곳에서 땀흘리며 같이 배운 sbi 출신이라고하면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sbi를 나오지않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 쉽게 들어온 것 같은 sbi 출신들을 아니꼽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들 사이에 연결고리라고는 그저 6개월의 sbi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는, 완전히 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 sbi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릴 필요도, sbi 출신이 아니더라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들어오고 나면 그냥 같은 직장인이고, 같은 대학 동문들끼리의 만남은 있어도 sbi 출신끼리의 만남이라는 것은 적어도 아싸를 지향하는 나에게는 없다. 누군가 sbi는 적폐다,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한다면 사회인답게 가볍게 무시하면 되는 것이다.
sbi 서울출판예비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놓고 왜이리 서문을 길게 쓰느냐 궁금해할수도 있을텐데 초중고대 교육과정을 마친 사회인들이라면 당연히 알 사실이지만 sbi라고해서 별 다를게 없기 때문에 굳이 길게 썼다. 최신 기술을 요하는 코딩, AI, 알고리즘을 배우는 삼성아카데미, KT아카데미 등과 달리 출판사에서는 그런 고도의 기술을 쓰지 않을 뿐더러 전문적인 면에서 훨씬 접근하기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 한 줄 안 써봐도 편집자가 될 수도, 한달에 책 한 권 안 읽어도 마케터가 될 수도 있다(본인 얘기는 아님). 그러니 sbi에서 배우는 것은 정말 기초적인 것,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 정도로 보면 되겠다. 결국엔 실무를 하며 기를 수 있는 감각이 이론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 sbi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3개 과정이 배우는 과정은 다르기에 내가 배운 마케터 과정을 먼저 설명하자면, 일단 3개 과정 모두 기초 이론+실무+면접 대비 의 과정을 거친다. 마케터 과정을 제외하고 나머지 2개 과정은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지만 아는 선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보겠다.
마케터 과정
1. 이론편
- 출판이란 무엇인가 : 이론서
-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 이론서
- 출판사 조사 : PPT 발표
- 시장 조사 : PPT 발표
2. 실무편
- 마케팅 계획 : 마케팅 계획서 작성
- 소셜 마케팅 전반 :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 원가 책정 : excel
- 엑셀 기초 : excel
- 전자책 제작 : epub
- 카드뉴스 제작 : 포토샵
- 영상 제작 -: 프리미어 프로, 파이널 컷
3. 면접 대비
- 자기소개서 TF팀 : 졸업작품 제작
4. 기타
도서전 방문, 출판사 방문, 인쇄소 방문 등
6개월 간 짧고 굵게 배워야하는 과정이기에 위에서 볼 수 있듯 여러 과목들로 인해 꽤 빡빡하게 일정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국영수처럼 중요한 것이 있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1. 이론편
출판사 조사, 시장 조사 빼고는 과감하게 째도 된다. 실무에 있어서 전혀 적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15세기의 구텐베르크 인쇄술과 파피루스는 알 필요없고, 마케팅 이론서는 세스 고딘의 책들이 훨씬 도움된다. 출판사 조사, 시장 조사 같은 경우 온오프라인 서점의 여러 곳을 분석하면서 출판사나 책 트렌드에 대해 알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깊게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현업에 있지 않은 이상 디테일한 차이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출판사는 이런 책이 많이 나오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는 이렇게 하는구나"
"교보문고에는 뭐가 잘 팔리고, 예스24나 알라딘은 뭐가 잘 팔리는구나" 정도 체크해두면 좋다.
2. 실무편
마케팅 계획, 소셜 마케팅, 원가 책정, 엑셀 기초는 열심히 해야 한다. 특히 마케팅 계획서는 앞으로 출판사에서 쉬지 않고 쓰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이다. 현업을 하고 계시는 분이 수업을 맡고 있을테니 모르는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여쭤보면서 쓰자. 같은 의미에서 소셜 마케팅 트렌드나 원가 책정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특히 원가 책정의 경우 생소한 단어나 비용이 많이 나올텐데 마케팅 비용 산출에 있어 필수로 체크해야 하는 사항이기에 어렵겠지만 하나하나 익혀가면 된다. 엑셀 기초도 마찬 가지. 컴활 1급 정도는 필요 없고 컴활 2급 정도에 사용되는 수식을 잘 알고 있으면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상 SUM, IF 정도만 쓰고 나머지 피벗테이블 등은 구글링을 통해 배우면 된다.
그리고 실무 수업은 대부분 팀 단위 프로젝트인데 이때 너무 자기 의견대로 고집을 부리면 안된다(본인 경험).
같은 마케터끼리하는 팀 과제,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팀 과제 등이 있는데 너무 몰입해서 열내면 손해다. 안 그래도 서로 고생하는데 괜히 얼굴 붉힐 필요없는 것이다.
전자책, 영상, 카드뉴스 제작은 한번쯤 만들어보면 도움은 되지만 스트레스 받으면서 완벽하게 제작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 마케터라면 영상, 카드뉴스 제작 과정을 아는 것이 필수지만 위 3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에 어지간한 출판사라면 이미 각 팀별로 담당이 있어 마케터가 직접 제작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자책 제작이 제일 재밌었다.
이론과 실무 수업들을 어느 정도 배우다 보면 내가 마케터로서 어떤 것에 강점이 있는지 알게 된다.
퍼포먼스/영업 마케터 - 마케팅 계획, 원가 책정, 성과 측정이 재밌고 관심이 갔다. (분석적 역량)
온라인/컨텐츠 마케터 - 영상, 카드뉴스, 소셜 마케팅에 소질이 있다. (창의적 역량)
이 2개 직무는 워낙 개인적인 부분이라 어떤게 좋고 나쁘다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출판사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하는 마케터도 있으나 대부분은 구별되어 있으니 sbi에서 내가 가진 강점을 확실하게 메타인지하고 졸업해야한다. 퍼포먼스 마케터라도 창의적 역량이 있으면 좋고, 온라인 마케터라도 분석적 역량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두 개 다 아닌거 같다 싶으면 편집자로 취직할 수 있다(당연히 편집적인 역량을 자기소개서, 면접때 어필해야 되겠지만).
서론을 너무 많이 써서 글이 길어져버렸는데.. 출판마케터 과정은 파트를 나눠서 쓰겠다.
다음 <마케터 과정 - Part 2>는 면접 대비와 기타 수업에 관한 얘기니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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